어릴때부터 뇌전증을 앓아 초기 치매 판정을 받고 가족 관계마저 단절된 선생님은 센터 인근에 거주하시는 이웃 주민이십니다.
처음 저희 센터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열악한 주거 환경을 염려한 요양보호사가 센터에 집수리를 요청하면서 입니다.
하지만 첫 만남 때 작은 반지하에 홀로 거주하시던 선생님은 낯선이의 방문을 그닥 좋아 하시진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말도 느리고 행동도 불편한 선생님의 모습이 낯선이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염려했던 건 아닐지 짐작해 봅니다.
그러던 선생님을 마사회 공모사업 반찬지원 대상자로 선정하고 매주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반찬 전달을 받기 위해 방에서 나오는 것도, 심지어 수령증에 이름을 쓰는 것 조차 힘들어 하셨지만, 방문이 계속 되면서 저희 오는 시간을 기다리고 수령증에 쓸 글씨 연습을 하신다는 요양보호사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언제부턴가 저희가 방문하면 먼저 거실에 나와 웃음으로 맞이하는 선생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드리는 반찬은 많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한끼 반찬입니다. 하지만 그 작은 반찬을 전달하는 저희를 기쁘게 기다려 주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뿌듯해지곤 했습니다. 반찬지원은 11월로 잠시 중단이 되지만 선생님과 저희의 기분 좋은 인연은 계속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